[스포일러] 초사건탐정부 레인코드 리뷰
○ 플레이타임: 43시간
○ 진행도: 중도 포기 / 클리어 / 다회차 / 100% 클리어
○ 스토리: ★★★☆☆
○ 연출: ★★☆☆☆
○ 조작 재미: ★☆☆☆☆ (스토리 게임이니 조작 재미는 평가에 반영하진 않음)
○ 그래픽&사운드: ★★★★☆
▶ 추천 / 비추천
단간론파로 유명한 스파이크 춘소프트의 신규 IP.
나온 지는 꽤 오래됐지만, 미루고 미루다 드디어 엔딩을 봤습니다.
Howlongtobeat 기준 32시간 걸리는 클리어를 43시간 걸려서 클리어한 걸로 봐서 켜놓고 잔 시간이 좀 되는 것 같네요...
게임의 진행은 단간론파와 거의 흡사합니다.
- 조사를 진행해서 단서를 얻는다.
- 용의자와 논리와 추리를 주고받다가 진실을 알아낸다.
- 진범을 처형한다.
- 전체 트릭을 복습한다.
위 과정을 매 챕터마다 반복하는 형식입니다.
단간론파와의 가장 큰 차이점은, 2번의 용의자와 논리/추리를 주고받는 기믹이 학급재판이냐 수수께끼 미궁이냐 정도일 겁니다.
하지만 그 차이가, 평가의 분수령이 아니었나 싶네요.
학급재판과 수수께끼 미궁의 차이: 증거의 신뢰도
학급재판은 사람과 사람이 추리 대결을 하기 때문에, 증거의 신뢰도도 신경썼어야 했습니다.
예를 들어, 용의자가 "내가 똑똑히 봤슈! 저놈이 범인이유!" 해도 쉽게 믿기는 힘들겠죠.
하지만 수수께끼 미궁에서는 다릅니다. 실제 사람과 논리를 주고받는 것이 아니라, 사건의 진상에 도달만 하면 되는 추상공간이기 때문이에요.
초탐정의 능력 같이 본인만 볼 수 있는 정보나, 믿을 수 없는 사람의 증언 등 학급재판이라면 따져봐야 했을 증거의 신뢰도도 전혀 고려하지 않아도 됩니다.
이게 나쁘다는 건 아닙니다. 다만, 너무 쉬워요.
쉽다는 것은 여느 게임에서는 진입장벽을 낮춰주는 좋은 상업적 요인이지만, 추리 게임에서는 보통 악영향을 끼치기 쉽습니다.
특히, 이 게임에서는 쉽다는 점이 후술할 문제와 겹쳐 제게 굉장히 나쁜 인상을 심어주었습니다.
학급재판과 수수께끼 미궁의 차이: "왜?"의 템포
현대의 추리 게임은 아직 극복하지 못한 큰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게임에서 선택지가 너무 많으면 게임이 너무 어려워지기 때문에(+ 개발 가성비 문제), 선택지를 줄이는 방향을 많이들 선택합니다.
이 때, 선택지를 줄이다 보면, 같은 선택지를 선택했어도 다른 의도를 생각하는 플레이어가 나올 수 있습니다.
특히, 플레이어가 개발자와 다른 의도를 가졌다면, 추리 끝에 다른 답에 도달해버리는 위험성도 존재합니다.
따라서 추리 게임에서는 플레이어가 개발자와 같은 의도를 가졌든 다른 의도를 가졌든 정답 선택지를 골랐다면 "왜?" 그 선택지가 옳은지 알려줘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개발자와 플레이어간의 추리가 점점 멀어지고, 플레이어가 그간의 정보로 올바른 추리를 해도 틀린 선택지를 고르게 될 수 있으니까요.
그러면 그 "왜?"를 설명하는 건 개발자와 같은 의도를 가지고 정답 선택지를 고른 유저에게는 너무나도 지루한 이야기가 됩니다. 왜냐하면 이미 같은 생각을 해서 선택지를 골랐으니까요.
그렇다면 레인코드로 다시 돌아가 볼까요.
레인코드에서는 수수께끼 미궁에서 특정 선택지를 고르면 끝없는 회랑을 걸으며 유마가 그 선택지에 대한 개발자의 의도를 해설해줍니다. 해설에는 사시닝이나 게스트 캐릭터의 만담이 포함될 때도 있구요.
이 설명 구간은 대화창이 아닌 자막을 통한 대화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자막을 다 읽더라도 음성이 전부 재생될 때까지 듣고만 있어야 합니다.
몇몇 구간은 빨리감기 버튼으로 빨리감기는 가능하지만, ① 음성을 들을 수 없어서 몰입감이 줄어들고 ② 2배 빨리 들어도 결국 내가 읽는 속도와 맞추기는 어려우며 ③ 몇몇 구간에서는 빨리감기 자체도 불가능하고 ④ 불필요한 재미없는 조작(앞으로 계속 가기)이 필요해서 괜히 불편하기만 하다는 여러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학급재판에서는 대부분의 대화가 대화창 형식으로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에(재판 중에는 이동 등 액션 조작이 불가능) 불필요한 대화는 대부분 스킵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레인코드에서는 오히려 발전한 액션을 즐길 수 있는 게임이기 때문에 더욱 연출 템포가 느려진 지루함을 맛봐야 했습니다.
심지어, 상술했듯 이 게임의 난이도가 낮기 때문에, 대부분의 선택지는 개발자의 의도에 맞춰서 정답을 맞추기 매우 쉽습니다. 대부분의 선택지를 고른 이후 이런 문제를 늘상 겪어야 한다는 말이죠.
게임하는 내내 지루하다는 감정을 느꼈고, 많이 졸았던 것 같습니다.
조작감
달리기도 없고, 이동속도는 느리고, 맵은 너무 넓습니다.(카나이구든 수수께끼 미궁이든)
QTE는 더럽게 많은데, QTE 사이사이 간격도 너무 길어서 QTE를 위해 집중하는 시간이 너무 아까웠을 정도였습니다.
QTE 중 선택지에 없는 버튼을 입력하면 QTE 실패로 간주합니다. 친절한 게임은 아예 아무 입력도 안 한 것으로 처리합니다.
추리 데스매치에서 앤서 키 선택 시 취소 버튼이 없습니다. 보통은 취소하면 이전까지 선택하고 있던 앤서 키가 선택되겠죠.
추리 데스매치에서 이동은 선입력이 거의 불가능하고, 잡음 베기 시 조금만 멀리/위에 잡음이 있거나 가운데 위치에 있으면 잘 베어지지 않습니다.
할라라 에피소드에서 과거시를 본 이후 다시 이동으로 돌아가려면 그냥 취소 버튼만 누르면 되는 게 아니라 굳이 과거시를 해제한 후 취소해야 합니다.
... 셀 수도 없이 많지만,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왜 비추천하는가
캐릭터 사용이 너무 일회성이다, 트릭이 뻔하다, 데스히코가 꼴뵈기 싫다, 1장과 3장이 왜 있는지 모르겠다 등의 비추천 사유는 많지만, 저는 약간 다른 의도로 비추천합니다.
스팀의 추천 평가 중 "그래도 단간론파 팬이라면 해볼 만하다"는 평가가 있는데, 이게 제 비추천 사유입니다.
단간론파 팬이라면 위에서 말했듯 수수께끼 미궁의 불쾌한 경험이 오히려 게임 플레이 경험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고, 따라서 플레이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단간론파 팬이 아니라면 이런 평작 추리게임은 당연히 플레이할 가치가 없습니다. 세상에는 더 나은 추리게임이 훨씬 많습니다.
그래서 단간론파 팬이든 팬이 아니든, 양쪽 전부에게 추천할 수는 없는 게임이기에, 비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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